정돈된 거실 바닥 위의 로봇청소기

로봇청소기 첫 설정, 처음 일주일에 해 둘 것들

정돈된 거실 바닥 위의 로봇청소기


로봇청소기를 처음 돌리고 외출했다 돌아온 날, 녀석은 소파 밑에 들어가 휴대폰 충전선을 바퀴에 칭칭 감은 채 멈춰 있었다. 앱을 열어 보니 지도에는 안방이 통째로 없었다. 아침에 방문을 닫고 나간 탓이었다.

그날 깨달은 건 하나다. 로봇에게 집 전체를 한 번에 맡기면 안 된다. 방 하나씩, 직접 데리고 다니며 가르쳐야 한다. 아래는 그렇게 우리 집을 한 칸씩 넘겨준 순서다.

준비

첫 실패 뒤 맨 먼저 한 일은 스테이션 자리를 다시 고른 것이다. 기준은 세 가지였다. 벽에 바짝 붙일 수 있을 것, 바닥이 평평할 것, 와이파이가 잘 닿을 것. 양옆과 앞쪽에 비워 둘 거리는 설명서에 숫자로 적혀 있으니 그대로 따른다. 현관 단차 바로 옆이나 계단 근처는 귀환하다 바퀴가 걸리거나 낙하 방지 센서가 자주 반응하는 자리라 피했다. 직사광선이 강한 창가도 센서를 헷갈리게 할 수 있다. 먼지 자동 비움 스테이션이라면 비울 때 소리가 꽤 커서, 침실 문 앞보다 거실 구석이 무난하다.

자리를 정하면 옮기지 않는다. 로봇은 스테이션을 기준점 삼아 지도를 기억한다. 자리를 바꾸면 위치를 다시 찾느라 헤매거나, 모델에 따라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할 수도 있다. 꼭 옮겨야 한다면 같은 지도 안에서 옮기고, 다음 청소 때 귀환이 잘 되는지 지켜본다.

로봇청소기와 충전 스테이션 주변 모습
AI 생성 이미지

다음은 앱 연결. 지도 편집·예약·금지 구역 같은 핵심 기능은 대부분 앱에서만 된다. 여기서 “기기를 찾을 수 없음”이 반복된다면 와이파이 대역을 의심한다. 상당수 로봇청소기는 2.4GHz만 지원하는데, 공유기가 2.4GHz와 5GHz를 같은 이름으로 묶어 내보내면 연결이 계속 실패할 수 있다. 공유기 설정에서 두 대역 이름을 잠시 나누고 2.4GHz 쪽으로 연결하면 대부분 풀린다. 휴대폰을 공유기와 로봇 가까이에 두고 진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연결이 되면 펌웨어 업데이트부터 확인한다. 출고 뒤 업데이트로 지도 인식이나 장애물 회피가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업데이트 동안 로봇은 스테이션 위에 올려 두고 전원이 끊기지 않게 한다.

첫 지도

두 번째 첫 청소는 외출 대신 저녁에, 내가 집에 있을 때 돌렸다. 첫 청소는 사실 청소가 아니라 집 구조를 배우는 시간이고, 이때의 바닥 상태가 지도 품질을 정한다.

배터리를 가득 채웠다. 지도를 그리다 중간에 충전하러 돌아가면 일부 구역이 빠질 수 있어서다. 늘어진 전선과 충전 케이블, 양말·수건 같은 천, 러그의 술 장식, 반려동물 장난감, 작은 블록 장난감을 치웠다. 의자는 식탁 위로 올렸다. 그리고 지도에 넣을 방문을 전부 열었다. 닫힌 방은 지도에서 빠진다. 어두운 방은 조명을 켜 두면 카메라형 모델에 유리하다.

전선과 물건을 치운 집 바닥과 로봇청소기
AI 생성 이미지

스테이션에서 출발시키고 끝까지 따라다녔다. 멈칫하는 곳이 보일 때마다 휴대폰 메모장에 적었다. 이 메모가 나중에 금지 구역 목록이 된다. 로봇이 스테이션에 무사히 돌아온 것까지 보고 나서 지도를 저장했다. 귀환에 실패했다면 저장하기 전에 스테이션 주변 공간부터 다시 본다.

첫날 외출하며 맡겼을 때와 가장 달랐던 점은 왜 멈췄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돌아와서 멈춰 있는 로봇만 보면 원인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옆에서 한 시간 지켜보는 저녁이 결국 며칠을 아껴 준다.

지도가 엉망으로 저장됐다면 대부분의 앱에서 지우고 새로 그릴 수 있다. 다만 방 이름과 금지 구역도 함께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일부만 틀렸다면 편집으로 고치고, 방이 통째로 빠졌거나 벽 위치가 크게 어긋났을 때만 바닥을 다시 치우고 새로 그리는 편이 빠르다.

거실

지도를 저장하면 앱이 방을 자동으로 나눠 준다. 대체로 맞지만 거실과 주방처럼 경계가 애매한 곳은 손으로 고치는 편이 정확하다. 경계를 바로잡고 방마다 이름을 붙여 두면 “거실만 청소”처럼 골라 돌릴 수 있다.

거실에서 메모장에 가장 많이 적힌 곳은 소파 밑과 TV 장 아래 전선 뭉치였다. 첫날 충전선 사건이 난 바로 그 자리다. 이런 곳은 금지 구역으로 네모를 쳐 두었다. 털이 긴 러그나 말려 들어가는 얇은 러그도 처음엔 금지 구역으로 두고, 상태를 보며 하나씩 풀어 주는 편이 안전하다. 금지 구역을 너무 넓게 잡으면 청소 안 되는 곳이 늘어나니, 멈춘 자리만 딱 맞게 잡는다.

구역 설정의 이름은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역할은 대체로 넷으로 정리된다.

설정 하는 일 우리 집에서 쓴 곳 주의
금지 구역 네모 영역 안으로 들어가지 않음 소파·책상 밑 전선, 반려동물 밥그릇 너무 넓으면 청소 안 되는 곳이 늘어남
가상 벽 선을 넘지 않음 현관 단차 앞, 베란다 문턱 선 끝이 벽에 닿아야 틈으로 새지 않음
걸레 금지 물걸레 때만 피함 카펫, 원목 러그 물걸레 기능이 있는 모델만 해당
방별 설정 방마다 흡입·횟수를 다르게 주방은 강하게, 침실은 조용히 방 경계를 먼저 바로잡아야 의미가 있음

지원 기능과 이름은 모델마다 다르니 내 제품 앱의 안내가 먼저다.

주방

거실과 경계를 다시 그은 덕에 주방은 따로 떼어 다룰 수 있었다. 부스러기가 가장 많이 떨어지는 곳이라 방별 설정에서 흡입을 강하게 올렸다. 반려동물 밥그릇이 있는 집이라면 그 둘레를 작은 금지 구역으로 잡아 두면 된다. 물걸레 모델이라면 주방과 이어진 곳에 카펫이나 원목 러그가 있을 때 그 자리에 걸레 금지를 걸어 둔다. 흡입은 하되 걸레는 대지 않게 하는 설정이다.

안방

첫날 지도에서 빠졌던 안방은 방문만 열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문을 열어도 로봇이 문턱 앞에서 몇 번 머뭇거리다 돌아섰다. 로봇이 넘을 수 있는 문턱 높이는 제품마다 정해져 있다. 줄자로 문턱을 재서 설명서의 최대 높이와 비교해 보고, 문턱이 더 높다면 문턱 경사로를 두거나 그 방은 따로 청소하는 쪽으로 정한다.

들어가는 데 성공한 뒤로 안방은 조용히 돌도록 방별 설정을 낮췄다. 복층 집이라면 층별 지도를 저장할 수 있는 모델인지도 이쯤에서 확인해 둔다.

현관과 베란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다. 현관 단차와 베란다 문턱 앞에는 가상 벽을 그었다. 처음엔 선 끝을 대충 그었다가 로봇이 벽과 선 사이 틈으로 빠져나가는 걸 봤다. 선 끝이 지도 위 벽에 정확히 닿게 그어야 한다.

일정

금지 구역은 하루 만에 완벽해지지 않는다. 처음 일주일은 매일 한 번씩 돌리며 멈춘 곳을 하나씩 더했다. 예약 시간도 이 주에 정했다. 집이 비는 시간대로 맞추면 사람과 동선이 겹치지 않고, 바닥에 물건도 덜 놓여 있어 청소가 깔끔하다. 그리고 7일째에 처음으로 브러시와 먼지통을 열어 봤다. 아래 일정표가 그 일주일을 날짜별로 옮긴 예시다.

로봇청소기 첫 일주일 설정 순서를 날짜별로 정리한 일정표 차트

첫 주가 지나면 얼마나 자주 돌릴지 정할 차례다. 정해진 답은 없다. 반려동물이 있거나 바닥 먼지가 금방 보이는 집은 매일, 그렇지 않으면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도 충분하다. 첫 주에 매일 돌린 것은 설정을 다듬기 위해서였으니, 그 뒤로는 우리 집에 맞는 간격으로 줄여 가면 된다. 다만 로봇이 모든 걸 맡지는 못한다. 모서리 깊은 곳·계단·소파 위·창틀은 닿지 않으니, 로봇이 일상 바닥을 맡고 일반 청소기가 가끔 하는 구석 청소를 맡는 식으로 나눠 쓰는 집이 많다.

한 달 뒤 다시 볼 것 세 가지

한 칸씩 넘겨주고 나면 손이 갈 일은 확 줄어든다. 대신 한 달쯤 지나 아래 세 가지는 꼭 다시 들여다본다.

하나, 브러시에 감긴 머리카락. 머리카락이 감기면 흡입력이 떨어지고 모터에 부담이 간다. 처음 몇 주는 일주일에 한 번 보면서 우리 집에 맞는 간격을 찾는다. 머리카락이 긴 사람이나 반려동물이 있으면 더 자주 본다. 분리는 설명서 방식대로 한다.

둘, 걸레와 오수통의 냄새. 물걸레 모델이라면 걸레를 자주 빨고 완전히 말려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 자동 세척·건조 스테이션이라도 오수통과 세척 트레이는 주기적으로 비우고 헹군다. 걸레에서 쉰내가 나기 시작했다면 오수통에 물이 고인 채 며칠 지나지 않았는지부터 본다.

셋, 센서와 소모품 알림. 바닥면의 낙하 방지 센서와 앞쪽 장애물 센서는 먼지가 끼면 오작동할 수 있다. 가끔 마른 천으로 닦는다. 먼지통과 필터도 비우고 턴다. 소모품 교체 시기는 제조사 앱이 알려 주는 경우가 많으니 알림을 켜 둔다.

한 달 뒤에도 로봇이 같은 자리에서 자꾸 멈춘다면, 그건 로봇보다 그 자리 물건이 문제일 때가 많다. 금지 구역을 하나 더 긋기 전에 바닥부터 한번 둘러보자.

지원 기능, 넘을 수 있는 문턱 높이, 소모품 주기는 제품마다 다르니 내 제품 설명서와 제조사 안내를 먼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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