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기는 대개 인터넷 단자가 있는 곳에 놓인다. 그리고 그 단자는 현관 신발장 안, 철문 달린 통신 단자함 속에 있는 집이 많다.
와이파이가 느려 요금제나 새 장비를 알아보고 있다면, 그 전에 공유기를 손에 들고 집을 한 바퀴 돌아보자. 현관에서 시작해 거실, 복도, 주방을 지나 안쪽 방까지. 공간마다 “여기 두면 안 되는 이유”와 “여기가 나은 이유”가 있다. 출발 전에 기억해 둘 원리는 두 줄이다. 공유기 전파는 사방으로 퍼지면서 멀어질수록, 벽과 가구를 지날수록 약해진다. 그리고 대역마다 성질이 다르다.
대부분의 공유기는 2.4GHz와 5GHz를 함께 내보낸다. 2.4GHz는 멀리, 벽 너머까지 닿지만 속도가 느리고 이웃 공유기·전자레인지·블루투스와 간섭이 많다. 5GHz는 빠르고 간섭이 적지만 거리와 벽에 약하다. 최근 나온 6GHz는 더 빠른 대신 거리에 더 민감하다.
출발 전에: 자주 앉는 자리 세 곳
자리를 옮긴 뒤 “좀 나은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는 판단이 흔들린다. 그래서 옮기기 전에 숫자부터 남겨 둔다. 거실 소파, 안방 침대, 작은방 책상처럼 실제로 많이 쓰는 자리 서너 곳을 정하고, 같은 휴대폰으로 비슷한 시간대에, 한 자리에서 세 번 재서 가운데 값을 메모한다. 한 번만 재면 그 순간의 혼잡에 휘둘린다. 재는 동안 다른 기기의 대용량 다운로드는 잠시 멈춘다. 공유기 옆이 아니라 실제로 앉는 자리에서 재는 게 요점이다. 공유기 바로 옆 숫자는 자리를 옮겨도 크게 변하지 않지만, 안쪽 방 침대 위 숫자는 공유기 자리 하나에 따라 달라진다. 이 메모가 우리 집만의 작은 속도 지도다. 공유기를 옮길 때마다 같은 순서로 다시 재면 어디가 좋아지고 나빠졌는지 한눈에 보인다.
현관 — 단자함 속
여기 두면 안 되는 이유. 단자함은 대개 철제 문이다. 공유기를 그 안에 넣어 두면 신호가 크게 약해진다. 게다가 현관은 집 한쪽 끝이라, 사방으로 퍼지는 전파의 절반 가까이가 집 밖으로 새는 셈이다.
대신 이렇게. 랜선을 길게 써서 공유기만 밖으로 꺼낸다. 단자함에서 거실 쪽 선반까지 랜선 한 줄 빼 주는 것만으로도 체감이 달라지곤 한다. 바닥에 늘어뜨리기 싫다면 문틀이나 걸레받이를 따라 붙이는 몰딩을 쓰면 된다. 그마저 어렵다면 단자함 문을 열어 둔 채 쓰기보다, 공유기는 그대로 두고 집 가운데에 메시 장비 한 대를 더하는 쪽이 낫다.
거실 — TV 장 주변
여기 두면 안 되는 이유. 거실에서 공유기가 가장 흔히 숨는 곳이 TV 뒤나 장식장 안이다. 금속과 기기에 가려 전파가 깎인다. 금속 선반 안쪽도 같다. 물이 가득 찬 어항도 전파를 크게 흡수하고, 거울은 뒷면 코팅 때문에 신호를 막거나 튕겨 낼 수 있다. 바닥에 바로 내려놓으면 가구에 가리기 쉽다.
여기가 나은 이유. 그래도 거실은 대개 집의 가운데다. 거실 가운데 쪽, 허리 높이 이상의 트인 선반 위에 두면 전파가 사방으로 고르게 퍼진다. 아래 그림은 같은 공유기를 현관 쪽 끝에 둘 때와 거실 가운데 둘 때의 차이를 단순하게 그린 것이다.


안테나가 달린 공유기라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세우기보다 일부는 세우고 일부는 눕혀 여러 방향으로 퍼지게 하는 방법이 흔히 권장된다. 가장 좋은 각도는 집 구조마다 달라서, 몇 가지로 바꿔 가며 앞서 정한 세 자리에서 재 보는 것이 확실하다. 거실 TV나 데스크톱처럼 자리를 옮기지 않는 기기는 가능하면 랜선으로 연결한다. 유선이 무선보다 안정적이고, 그만큼 무선 대역이 다른 기기에게 돌아간다.
복도 — 방문들 사이
여기 두면 안 되는 이유. 복도 바닥 구석은 거실 바닥과 같은 문제를 안는다. 낮은 곳은 가구와 사람 몸에 가리기 쉽다.
여기가 나은 이유. 방이 여러 개인 집에서는 복도가 방들의 중간 지점이 되기 쉽다. 복도 벽의 높은 곳에 둘 수 있다면, 거실보다 안쪽 방들에 고르게 닿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단자에서 거리가 멀다면 앞서 말한 랜선·몰딩 방법을 쓴다.
주방 —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곁
여기 두면 안 되는 이유. 전자레인지는 2.4GHz와 간섭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가전이다. 냉장고 같은 큰 금속 덩어리는 전파를 크게 깎는다. 주방 쪽에 단자가 있어 공유기를 그 근처에 두었다면, 전자레인지를 돌릴 때마다 연결이 흔들리는 일을 겪을 수 있다.
대신 이렇게. 멀리 옮기지 못해도 괜찮다. 전자레인지나 냉장고에서 한두 걸음만 떨어뜨려도 나아진다. 옮긴 뒤에는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동안 가장 가까운 측정 자리에서 한 번 더 재 보자. 평소와 차이가 줄었다면 그 한두 걸음이 제 몫을 한 것이다. 주방에 큰 거울이나 금속 수납장이 있다면 그 앞도 같은 이유로 피한다.
안방과 작은방 — 받는 자리
안쪽 방은 공유기를 두는 자리라기보다 신호를 받는 자리다. 여기서 볼 것은 내 기기가 어느 대역에 붙어 있느냐다. 공유기 옆 책상에서는 5GHz가 훨씬 빠른데, 벽 두 개 너머 작은방에서는 2.4GHz가 오히려 안정적인 일이 흔하다. 특히 콘크리트 내력벽을 사이에 둔 방이라면 더 그렇다.
반대로 공유기와 같은 공간에 있는데 휴대폰이 2.4GHz에 붙어 있다면 5GHz로 바꿔 본다. 가까운 자리에서는 5GHz가 제 속도를 내기 쉽다. 같은 방 안에서도 침대 머리맡과 책상 앞이 다를 수 있으니, 출발 전에 정해 둔 자리에서 두 대역을 각각 재 보면 어느 쪽이 그 자리에 맞는지 바로 드러난다.

대개는 두 대역을 모두 켜 두는 편이 낫다. 가까운 기기는 5GHz로, 멀리 있는 기기나 2.4GHz만 지원하는 가전은 2.4GHz로 붙으면 된다. 두 대역을 한 이름으로 묶는 기능은 대부분 잘 작동하지만, 가끔 기기가 느린 쪽을 고집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두 대역의 이름을 나눠 기기마다 직접 고르게 한다.

한 바퀴 돌고 나서
지나온 공간을 한 장으로 접으면 이렇다.
| 공간 | 두면 안 되는 곳 | 나은 곳·대안 |
|---|---|---|
| 현관 | 철문 달린 단자함 속 | 랜선을 빼서 공유기만 밖으로, 몰딩으로 정리 |
| 거실 | TV 뒤·장식장 안·금속 선반 안쪽·어항 옆·바닥 | 가운데 쪽, 허리 높이 이상의 트인 선반 위 |
| 복도 | 바닥 구석 | 벽 높은 곳, 방들의 중간 지점 |
| 주방 | 전자레인지·냉장고 바로 옆 | 한두 걸음만 떨어뜨리기 |
| 안방·작은방 | (받는 자리) 벽 너머에서 5GHz 고집 | 먼 방은 2.4GHz, 가까우면 5GHz |
위치를 바꿔도 느리면
자리를 옮기고 세 곳을 다시 쟀는데도 그대로라면, 아래를 위에서부터 하나씩 본다.
- 공유기 옆에서 유선으로 한 번 잰다. 노트북에 랜선을 꽂아 쟀는데도 요금제보다 한참 낮다면 와이파이가 아니라 공유기·랜선 규격·회선 쪽 문제다. 오래된 공유기나 랜선이 빠른 요금제를 다 받아 내지 못하기도 한다. 통신사 점검을 요청하는 편이 빠르다.
- 재부팅하고 펌웨어를 확인한다. 오래 켜 둔 공유기는 재부팅만으로 안정되기도 하고, 채널이 자동이라면 덜 붐비는 채널로 바뀌기도 한다. 아파트처럼 공유기가 빽빽한 곳은 이웃과 같은 채널을 써서 느려질 수 있다. 펌웨어 업데이트로 성능과 보안이 나아지기도 한다. 관리자 비밀번호가 초기값이라면 이참에 바꾼다.
- 느린 시간대를 본다. 저녁마다 가족이 각자 영상을 보는 시간에만 느려진다면 자리보다 동시 사용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고정 기기를 유선으로 돌리고, 공유기의 기기 목록에서 쓰지 않는 연결을 정리한다.
- 느린 기기가 하나뿐인지 본다. 몇 년 된 노트북이나 휴대폰은 최신 와이파이 규격을 지원하지 않아 그 기기만 느릴 수 있다. 다른 기기와 같은 자리에서 비교해 보면 갈린다.
- 그래도 닿지 않는 방이 있을 때만 장비를 고민한다. 한두 곳만 약하면 무선 확장기(설치는 쉽지만 속도 손실이 생기기 쉽고 이름이 따로 잡힐 수 있음), 넓은 집이나 복층이면 하나의 이름으로 집 전체를 잇는 메시 와이파이(장비 비용이 높은 편), 방마다 랜 단자가 있다면 유선 + 추가 AP(속도 손실이 가장 적음)가 어울린다. 확장기는 약한 곳 바로 옆이 아니라 공유기와 약한 곳의 중간쯤에 둔다. 이미 약한 신호를 받아 넓혀 봐야 약한 신호가 넓어질 뿐이다. 달았더니 오히려 느려졌다면 공유기 쪽으로 한 칸 옮겨 같은 자리에서 다시 잰다.
장비별 실제 성능은 제품과 집 구조에 따라 다르고, 공유기 기능과 설정 메뉴도 제품마다 다르다. 사기 전에 내 공유기와 호환되는지, 설정을 바꾸기 전에 내 공유기 설명서와 통신사 안내를 먼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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