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돈] 10월 11일 — 트럼프·푸틴 러시아 경유 480만 톤 합의, 시장은 「미국 하루 반 치」로 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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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증시가 연휴로 쉬는 토요일 아침, 워싱턴에서 기름값과 관련된 발표 하나가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끝냈다며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풀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전쟁 중인 나라에 걸어 둔 제재를 기름값 때문에 일부 풀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큰 뉴스였는데, 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덤덤했다. 발표가 전해진 날 유가는 오히려 조금 올랐고, 전문가들은 약속된 물량을 두고 「미국이 하루 반 동안 쓰는 양」이라고 셈을 했다. 이 발표가 왜 기대만큼 유가를 끌어내리지 못했는지, 그리고 월요일 다시 문을 여는 서울 증시가 어떤 숫자를 받아 들게 되는지를 차례로 짚어 본다.

트럼프가 밝힌 러시아 경유 480만 톤의 셈법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각)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가 경유 30만 톤 이상을 즉시 공급하고, 11월 중 50만 톤, 그 직후 100만 톤을 더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정유 시설 여건에 따라 300만 톤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모두 합치면 최대 480만 톤이다. 같은 날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러시아산 경유의 세계 시장 공급을 허용하는 임시 일반면허를 내놓았다. 경향신문은 이 조치를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로 나빠진 민심을 돌리려는 것으로 풀이했다.

숫자가 커 보이지만, 기름 시장의 눈금으로 다시 재면 그림이 달라진다. 노컷뉴스가 전한 CNN 분석을 보면 1차로 확정된 10월 30만 톤과 11월 50만 톤, 합쳐서 80만 톤은 약 600만 배럴로, 미국이 하루 반 동안 소비하는 경유 양에 해당한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경유 수요가 하루 3천만 배럴 수준이라는 점을 짚었다.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댄 피커링은 공급 증가 폭이 5~6%에 그쳐 시장을 바꿀 수준이 아니며 정치적 행위에 가깝다고 CNN에 말했고, 에너지정책연구재단의 마이클 린치는 기존에 러시아 경유를 사던 쪽이 다른 공급처를 찾아야 하므로 가격은 현재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AP에 말했다.

약속한 물량이 실제로 나올 수 있느냐는 의문도 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 시설 가동률은 60% 안팎이다. 정치적 반발도 거세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긴장 완화 합의 없이 제재를 푸는 것은 명백한 나약함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자동차협회 집계로 미국 디젤 평균 소매가는 갤런당 6.28달러로 역대 최고치 6.52달러 부근에 머물러 있다. 이 숫자가 바로 백악관이 급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렇다면 유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로이터에 따르면 9일 뉴욕 마감(한국 시각 10일 새벽)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0.44달러(0.42%) 오른 104.72달러, WTI는 0.36달러(0.39%) 오른 91.85달러였다. 장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까지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내렸다가, 멕시코만 허리케인으로 미국 해상 원유 생산의 70% 넘는 부분이 멈춰 섰다는 소식에 마감은 소폭 상승으로 끝났다. 경유 합의 소식이 유가를 끌어내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하루였다. 경유차를 타거나 물류비가 큰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뉴스를 「곧 기름값이 내린다」로 읽기보다 「미국 안에서 경유가 그만큼 비싸져 있다」는 신호로 읽는 쪽이 사실에 가깝다. 국내 주유소 가격은 환율과 세금, 정제 마진이 따로 작용하므로 미국 발표 하나로 바로 움직이지 않는다.

한 주에 5.4% 빠진 코스피, 월요일 다시 문을 연다

서울 증시는 한글날 연휴로 9일부터 쉬었고 12일(월) 다시 열린다. 쉬기 전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이투데이가 10일 아침 전한 주간 집계로 코스피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 거래 만에 377.81포인트, 5.39% 내려 6,625.93에 마쳤다. 주초 7,003.74에서 출발해 6,600선까지 밀린 것이다. 대형주가 더 많이 빠져 코스피200은 5.82% 내렸고, 코스피200에 들지 않는 종목은 0.35% 하락에 그쳤다. 업종으로는 운송장비·부품이 8.68%, 금속이 6.06%, 전기전자가 5.83% 내린 반면 의료·정밀기기는 11.99% 올랐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가 채권금리와 국제유가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보면서도, 낮아진 눈높이는 실적 불안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고 평가했다. 같은 보고서는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물가 추정 모형 기준 9월 근원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39%, 전월 대비 0.2%로 예상된다는 점도 짚었다. 다음 주 미국 물가가 이 정도로 나오면 금리 걱정이 조금은 가라앉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월요일 서울이 열릴 때 반영해야 할 것은 쉬는 사이 뉴욕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9일 뉴욕 3대 지수는 모두 올랐지만 반도체는 약했고, 통신주는 급락했으며, 유가는 제자리였다. 사흘치 뉴스가 한 번에 반영되는 날이라 아침 시작 가격이 전 종가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같은 날 오전 10시에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뒤 첫 국정감사에 나온다고 뉴스핌 금융 일정이 전했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한은은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8월에 다시 3.00%로 두 차례 연속 올렸는데, 그 효과와 수도권 집값, 가계부채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총재는 13일부터 17일까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IMF 연차총회 출장을 떠나고, 13일에는 지난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된다. 15일에는 9월 가계대출 동향이 나온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거나 갈아타기를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12일 국감에서 총재가 금리 방향을 어떻게 말하는지가 다음 주 가장 가까운 변수다.

다음 주 뉴욕은 은행 실적과 물가로 간다

뉴욕은 12일(월) 콜럼버스의 날에도 주식시장은 열리지만, 슈왑에 따르면 채권시장은 쉰다. 본격적인 일정은 화요일부터다. 뉴스퀵이 정리한 주간 일정과 컨센서스를 한국 날짜 기준으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미국 지표는 대부분 한국 시각으로 그날 밤 9시 30분에 나온다.

날짜 무엇 시장 예상(뉴스퀵)
13일(화) JP모건·골드만삭스·씨티·웰스파고 3분기 실적 —
14일(수) 밤 미국 9월 소비자물가(CPI) 전체 +0.6%(월)·3.6%(년), 근원 +0.2%(월)·2.5%(년)
14일(수) 모건스탠리·뱅크오브아메리카 실적, 연준 베이지북, 중국 9월 CPI 중국 CPI 0.9~1.0%(년)
15일(목) 밤 미국 9월 생산자물가(PPI)·소매판매 소매판매 +0.3%(전월 +1.1%)
16일(금) 밤 미국 9월 산업생산·수출입물가 —

물가 수치는 읽는 법이 조금 까다롭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월 +0.4%, 전년 3.4%에서 각각 +0.6%, 3.6%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9월 유가 상승이 그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면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 물가는 전월 +0.3%에서 +0.2%로 오름폭이 줄 것으로 본다. 그래서 14일 밤 발표가 나오면 전체 수치의 「3.6%」라는 큰 숫자보다 근원 수치가 예상대로 둔화했는지가 금리 전망을 가를 것이다. 실적 시즌의 눈높이도 높다. 팩트셋은 S&P 500 기업의 3분기 이익이 1년 전보다 29.5% 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여러 매체가 전했다. 지난주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내린 것처럼, 기대가 이미 높은 상태에서는 「좋은 실적」이 꼭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미국 은행 실적을 볼 때도 같다.

조용한 주말을 보내는 코인, 지난주 상처는 남아 있다

주식시장이 쉬는 주말에도 코인은 돌아간다. 업비트 시세로 11일 오전 7시 31분(한국 시각) 비트코인은 1억 1,311만 원으로 전날 오전 9시 기준 종가 1억 1,300만 1천 원보다 0.10% 높다. 지난 24시간 움직인 범위는 1억 1,255만 7천 원에서 1억 1,318만 원 사이로 폭이 1% 안쪽이다. 이더리움은 341만 7천 원으로 0.35% 올랐다. 같은 시각 코인게코 집계는 비트코인 82,972달러(24시간 전보다 0.63% 높음), 이더리움 2,505.94달러(0.85% 높음)다. 업비트의 52주 최고가 1억 7,533만 7천 원은 꼭 1년 전인 2025년 10월 13일에 찍힌 것으로, 지금 가격은 그 고점의 약 64.5%다.

주말이 조용하다고 해서 지난주가 조용했던 것은 아니다. 위키트리가 10일 새벽 전한 바로는 비트코인은 8일(현지 시각) 비트스탬프 기준 8만 350달러까지 밀려 9월 18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고, 코인글래스 집계로 24시간 청산 규모가 10억 9천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10억 5천만 달러가 상승에 베팅한 롱 포지션이었고, 8월 21일 이후 가장 큰 일간 청산이었다. 미국 정부가 압수했던 비트코인 1만 2천 개 이상이 이동했다는 보도, 단기 보유자가 손실 상태에서 5만 5,600개를 거래소로 보냈다는 분석이 하락을 부추긴 배경으로 꼽혔다.

기관 자금의 흐름도 돌아섰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 집계를 인용한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는 5일부터 9일까지 한 주에 6억 7,89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수요일에 4억 8,490만 달러, 목요일에 2억 4,410만 달러가 빠졌고 금요일에야 2,110만 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이더리움 ETF는 닷새 연속 유출로 5억 4,220만 달러가 나갔다. 다만 파사이드 수치는 일부 운용사 집계가 늦게 반영되는 경우가 있어 뒤에 고쳐질 수 있다는 점은 외신들도 덧붙였다.

이번 주말이 남긴 것

큼직한 발표가 나왔는데 가격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시장이 그 발표의 크기를 다르게 재고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 경유 480만 톤은 정치 뉴스로는 컸지만 기름 시장의 눈금으로는 하루 반 치였고, 실제로 나올지도 정유 시설 사정에 달려 있다. 서울 증시는 한 주에 5.4%를 잃은 채 사흘치 뉴스를 안고 월요일을 맞고, 같은 날 아침 한은 총재의 첫 국감이 열린다. 뉴욕은 화요일 은행 실적, 수요일 밤 물가로 이어진다. 코인은 지난주 청산과 자금 유출의 상처를 안고 조용히 주말을 보내고 있다. 다음 주를 볼 때 기억할 것은 하나다. 숫자가 나오면 크기 자체보다 「시장이 미리 기대했던 것과 얼마나 다른가」를 봐야 움직임이 설명된다.

투자 판단은 본인 몫이며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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