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값이 가장 아깝게 느껴지는 순간은 많이 뽑았을 때가 아니다. 몇 장 뽑지도 않았는데 “잉크 부족” 경고가 뜰 때다.
카트리지 속 잉크는 종이에 찍히는 것 말고도 여러 갈래로 빠져나간다. 가계부를 쓰듯 그 갈래를 하나씩 따라가 보면, 돈이 새는 곳은 대개 다섯 군데로 모인다. 곳마다 왜 새는지, 어떻게 막는지를 차례로 적는다. 잉크젯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마지막에 레이저까지 포함해 다음 프린터를 고를 때 볼 것을 덧붙였다.
새는 곳 하나. 몇 주씩 안 쓰고 두기
왜 새나. 잉크젯 노즐은 아주 가늘어서 잉크가 마르면 쉽게 막힌다. 프린터는 막힘을 막으려고 정해진 때, 이를테면 켤 때나 오래 쉰 뒤, 카트리지를 갈 때 스스로 헤드를 청소하고 이때 잉크를 쓴다. 오래 쉴수록 노즐은 더 마르고, 청소에 드는 잉크도 늘어난다. 한 달에 한두 번만 쓰는 집이라면 실제로 인쇄한 양보다 막힘과 청소로 나간 잉크가 더 많을 수도 있다.

막는 법. 그림의 톱니처럼 인쇄할 때마다 노즐이 다시 젖는다. 그래서 잉크젯은 아껴 쓰겠다고 묵혀 두기보다, 가끔이라도 꾸준히 쓰는 편이 오히려 잉크를 아끼는 길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든 색이 조금씩 들어간 짧은 페이지를 한 장 뽑는다. 요일을 정해 두거나 주말마다 뽑는 문서를 그날만 컬러로 뽑는 식으로 습관에 붙이면 잊지 않는다. 한 달 넘게 비울 때는 본체 버튼으로 꺼서 헤드에 덮개가 씌워지게 하고 카트리지는 끼운 채 둔다. 돌아와서는 중요한 문서보다 노즐 검사를 먼저 뽑는다. 오래 쓰지 않을 때의 보관법을 따로 안내하는 모델도 있으니 설명서를 확인한다.
새는 곳 둘. 멀티탭 스위치로 내리기
왜 새나. 프린터를 본체 버튼으로 끄면 헤드가 제자리로 돌아가 덮개가 씌워진다. 이 과정이 노즐이 마르는 것을 막아 준다. 멀티탭 스위치로 전기를 한 번에 끊으면 이 정리 동작을 건너뛸 수 있다. 노즐이 마르면 다음에 켤 때 청소로 잉크가 더 나간다.
막는 법. 퇴근할 때 멀티탭 스위치 하나로 모든 기기를 끄는 습관이 있다면, 프린터만큼은 본체 버튼으로 먼저 끄고 헤드가 멈춘 뒤에 멀티탭을 내린다. 순서 하나 바꾸는 일이라 돈이 들지 않는다.
켤 때 자동 청소가 도는지는 모델마다 다르다. 켤 때마다 헤드가 한참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면, 하루에 몇 번씩 껐다 켜기보다 쓰는 동안은 켜 두고 다 쓴 뒤 본체 버튼으로 한 번 끄는 편이 낫다.
새는 곳 셋. 줄무늬에 헤드 청소 연타
왜 새나. 인쇄물에 줄무늬가 생기면 헤드 청소 버튼부터 누르기 쉽다. 줄무늬가 그대로면 한 번 더, 또 한 번 더. 청소할 때마다 잉크가 쓰이니, 연달아 돌리면 정작 인쇄는 몇 장 안 했는데 잔량이 쑥 줄어든다.
이런 장면을 떠올려 보자. 두 달 만에 프린터를 켜서 몇 장을 뽑으려는데 가로 줄무늬가 죽죽 그어져 나온다. 청소 버튼을 누른다. 또 줄무늬. 한 번 더, 또 한 번 더. 네 번째 청소가 끝났을 때 “잉크 부족”이 뜬다. 인쇄한 건 몇 장뿐인데 말이다. 첫째 새는 곳과 셋째 새는 곳이 한꺼번에 열린 경우다.
막는 법. 청소 전에 노즐 검사 패턴을 한 장 뽑아 어느 색이 막혔는지부터 본다. 그 색만 한 번 청소하고, 연달아 돌리지 말고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검사한다. 여러 번 해도 그대로라면 반복을 멈추고 하루 쉬었다 확인한 뒤, 그래도 같으면 서비스에 묻는다. 줄무늬가 아닌 다른 증상이라면 원인이 다를 수 있다. 특정 색만 빠지면 그 색 잔량부터 확인하고, 글자가 어긋나 보이면 청소가 아니라 헤드 정렬(맞춤) 기능을 돌린다. 새 카트리지를 인식하지 못하면 보호 테이프가 남았는지, 접점이 더러운지 보고 다시 끼운다.

새는 곳 넷. 기본값 그대로, 미리 보기 없이 인쇄
왜 새나. 설정을 손대지 않고 쓰면 확인용 메모도 제출 서류와 같은 설정으로 나간다. 컬러 설정으로 검은 글자를 뽑으면 프린터에 따라 컬러 잉크를 섞어 검정을 만들기도 한다. 웹 페이지를 그대로 뽑으면 광고, 배경색, 댓글 이미지까지 따라 나와 한 장이면 될 것이 몇 장이 된다.
막는 법. 매번 고르는 방식은 결국 잊어버리니, 프린터 드라이버의 인쇄 기본 설정과 브라우저 인쇄 설정을 한 번 바꿔 둔다. 레시피 블로그 글이라면 미리 보기에서 배경 그래픽을 끄고 본문 페이지만 고르는 것만으로 몇 장이 한두 장으로 줄어든다.
- 회색조(흑백)를 기본값으로. 컬러는 필요할 때만 고른다.
- 품질은 초안·절약으로. 확인용 문서, 메모, 학습지는 이걸로 충분히 읽힌다. 제출 서류와 사진만 표준 이상으로.
- 미리 보기에서 배경과 빈 페이지 빼기. 웹 페이지는 배경 그래픽을 끄고, 필요한 페이지만 범위로 지정한다.
- 모아 찍기·양면. 확인용 문서는 한 장에 두 쪽을 모아 찍으면 종이와 잉크가 함께 준다.
매주 뽑는 가정통신문 같은 문서가 있다면 회색조·초안이 기본인 ‘프린터 사전 설정’을 하나 저장해 두면 편하다. 획이 가는 글꼴도 같은 글자에 잉크가 덜 들어가지만 너무 가늘면 읽기 불편하니, 확인용 문서에 한해 쓰는 정도가 알맞다. 효과는 회색조와 초안 쪽이 더 분명하다. 사진은 잉크를 많이 쓰니 꼭 필요한 것만 고르고, 미리 보기에서 크기와 여백을 확인한 뒤 한 장에 여러 장을 모아 배치한다. 사진을 많이 뽑는 집이라면 인화 서비스와 비용을 견줘 보는 것도 방법이다.
새는 곳 다섯. 경고 뜨자마자 갈고, 여분은 미리 뜯기
왜 새나. 잉크 부족 경고는 대개 여유를 두고 일찍 뜨는 편이다. 경고만 보고 바로 갈면 아직 쓸 수 있는 잉크를 버리게 된다. 여분 카트리지를 미리 뜯어 두는 것도 손해다. 포장은 잉크가 마르지 않게 밀봉된 것이라, 뜯어 두면 노즐 부분이 마를 수 있다.

막는 법. 글자가 실제로 흐려지거나 색이 빠질 때 갈아도 늦지 않다. 다만 중요한 문서를 한꺼번에 많이 뽑을 날이 잡혀 있다면 여분을 미리 준비한다. 여분은 포장을 뜯지 않은 채 서늘하고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 두고, 카트리지마다 사용 권장 기한이 적혀 있으니 너무 많이 쟁여 두지 않는다. 갈 때는 노즐 부분이나 금색 접점을 손으로 만지지 않는다. 지문이나 먼지가 묻으면 인식이 안 될 수 있다. 컬러 한 색이 비었을 때 검정만으로 계속 뽑게 해 주는 프린터도 있고 막는 프린터도 있으니, 내 프린터가 어느 쪽인지 설명서에서 미리 봐 두면 급할 때 당황하지 않는다. 다 쓴 카트리지는 제조사나 판매처의 회수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한다.
다음 프린터를 고른다면, 본체 값보다 장당 값
다섯 군데를 다 막아도 새는 돈이 크다면 프린터 자체가 내 쓰임새와 안 맞는 것일 수 있다. 본체가 저렴한 프린터는 카트리지 값이 비싸 오래 쓸수록 비용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카트리지 가격을 제조사가 밝힌 인쇄 가능 매수로 나누면 대략의 장당 비용이 나오고, 컬러 프린터라면 검정과 컬러를 각각 계산해 더한다. 다만 그 매수는 정해진 시험용 페이지로 잰 값이라 사진·그림이 많은 문서를 뽑으면 실제 매수는 더 적다. 절대 숫자보다는 같은 기준으로 잰 모델끼리 견주는 데 쓴다.
| 종류 | 돈이 덜 드는 점 | 돈이 새는 점 | 잘 맞는 집 |
|---|---|---|---|
| 카트리지형 잉크젯 | 본체가 저렴, 컬러·사진 가능 | 장당 비용이 높고 노즐 막힘 | 가끔 컬러를 뽑는 집 |
| 탱크형 잉크젯 | 잉크병 보충으로 장당 비용이 낮음 | 본체가 비싸고 노즐 관리 필요 | 컬러 인쇄가 많은 집 |
| 흑백 레이저 | 토너가 마르지 않음, 글자가 선명 | 컬러 불가 | 문서 위주, 가끔만 쓰는 집 |
| 컬러 레이저 | 컬러 문서가 빠르고 토너가 마르지 않음 | 본체·토너 가격이 높고 사진은 약함 | 컬러 문서가 많은 사무 환경 |
한 달에 몇 번 서류만 뽑는데 노즐 막힘으로 매번 고생했다면, 다음에는 흑백 레이저를 고려해 볼 만하다. 토너는 가루라서 오래 두어도 잉크처럼 마르지 않으니, 첫 번째로 새던 곳이 아예 사라진다.
당장 해 볼 것 하나만 고르라면, 오늘 인쇄 기본 설정을 회색조·초안으로 바꿔 두는 일이다. 한 번 바꿔 두면 그다음부터는 신경 쓰지 않아도 매번 덜 샌다.
호환·재생 카트리지는 비용을 줄여 주지만 품질과 호환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제조사에 따라 보증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자동 청소 방식과 설정 메뉴는 모델마다 다르니 설명서를 먼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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